종종 나는 결정을 한 뒤 시간이 흘러서야 후회를 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같은 질문은 나에게나 주변사람에게나 도움이 될 고민은 아니다. 스스로를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결과적으로 후회하는 경우는 항상 있어왔다.

마시멜로

한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그 마시멜로 실험으로 비유하자면, 나는 마시멜로를 나중에 먹는 사람이다. 지금 당장 먹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이득이 있다면, 참고 기다리는 사람이다. 밥도 좀 그렇게 먹었다면 좋았을 텐데, 식욕은 그렇게 안되는 사람인가 보다.

내 주변에는 마시멜로를 당장 먹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여자친구를 비롯해, 확실하진 않지만, 팀원중에도 여럿 있다. 여자친구를 제외하면 나는 마시멜로를 당장 먹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중에 먹었을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설명하고 설득하고, 그러한 일에 에너지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이러한 내 생각은 평소에 조금씩 드러나기도 한다. 미래 가치가 높은 일과 낮은 일에 대해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다. 당장의 가치가 낮아도 미래 가치가 높아 보인다면 내겐 중요한 일이 된다. 지금 힘들더라도 미래 가치가 높은 일에 더 시간을 쏟으려 노력한다. 게임을 할때도 한참 뒤에 사용할 아이템을 들고다니느라 아이템 창이 가득차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발생하지도 않을 일에 너무 고민할 때도 있지만, 무언가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한다.

나는 지금까지 마시멜로 이야기가 자제력이 강하고 미래 보상을 생각하는 사람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왜 지금 이걸 해야 하고, 왜 이걸 나중에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왜 그렇게 결정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으로써는, 그 결정의 이유를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이 가진 정보와 내가 가진 정보의 차이에 있다는 것을 최근에 느끼고 있다. 자제력이 좋고 미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가진 정보가 형편없다면 당장의 이득을 선택한다. 그 사람의 정보 범위 내에선 그 선택은 최선이다. 이 차이를 알게되고 나니 누군가에겐 내가 마시멜로를 당장 먹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름 돋는다.

다시 돌아와서, 마시멜로를 당장 먹는 사람에게, 마시멜로를 2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려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릴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먹는 사람은 1개의 마시멜로가 얼마나 맛있는지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한다. 정말 자제력이 없거나 무언가를 결정할 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기가 경험한 것에 대해선 올바른 결정을 한다. 그러니 2개를 먹여보고 다시 실험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스스로도 그렇지만 회사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멍청한 또는 후회할 결정을 한다. 그 빈도가 높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항상 올바른 결정을 한다. 그 결정으로 인한 결과들에 대해 회고를 할때면 항상 생각하지 못한 것에서 원인이 있다. 고민이 짧아서 혹은 간단한 것이라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원인을 생각했었다면, 동일한 결정을 하더라도 준비는 한다.

회사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하려면 그들에게 필요로 하는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단방향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능동적인 정보 수집과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무언가를 결정할때 모든 구성원이 1주일, 1달, 3달 뒤를 상상하며 결정한다. 기존의 정보, 다른 이가 경험한 정보, 실험을 통해 검증한 정보 들을 바탕으로, 문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둔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유기적인 조직과 기계적인 조직을 분석한 번스(T. Bruns)와 스토커(G. M. Stalker)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에서 유기적인 조직이 성공에 훨씬 가깝다고 한다. 이들이 만든 기계적/유기적 조직을 구분하는 인자들은 하나 같이 정보 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 권한 / 규칙과 절차 / 부서간 연계 / 관리 범위 / 의사소통 체계
  •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 / 정보 수집의 규칙과 절차 / 부서간 정보 공유 / 조직의 정보 권한 / 수평적 정보 공유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요청해서 받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시멜로를 1개만 먹는 사람은 애초에 무슨 정보가 필요한지 모른다. 항상 근처에 다양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결정하기 전에 어떤 것들을 알아야 할지 생각한다.

결론

내가 있는 조직에선 나도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할 결정을 하는 건 변함이 없다. 그 결정이 잘못됬다는 것을 알려줄 정보는 뒤늦게 알게된다. 뒤늦게 알게된 그 정보를 미리 알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만큼 노력하지 않고, 그만큼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언가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다가, 그게 내가 했던 결정들 중 하나로 인해 이루어진 일이라면 언제나 기분이 바닥을 친다.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있는지 생각해본다. 나는 1년전 마시멜로를 1개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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